환상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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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잔혹범죄사

장난으로 사람을 죽이다

기묘담녀 2025. 1. 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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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갈수록 잘못되어 풍속이 어지러워져서 사대부(士大夫)가 세력을 빙자하여 함부로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폐단이 종종 있으니, 정상(情狀)이 몹시 악하다.

 

숙종 10년 8월, 병마절도사였던 이두진의 표정은 한없이 즐거운 표정이었다.

"나으리! 살려주십시오"

온몸이 밧줄에 묶여 간신히 허우적대고 있던 남자가 소리치자 그목소리에 이두진은 즐거운 듯 그에게 큰소리로 소리쳤다.

"살고 싶으냐? 그럼 어서 올라오거라, 그럼 내 널 살려줄 것이야"

이두진의 말에 남자는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이미 손과 몸이 묶인 채 간신히 물 위에 떠있을 수 있을 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작은 배 위에서 자신을 보며 웃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무서웠다. 악마가 있다면 저런 얼굴로 웃고 있지 않을까? 남자는 절망 속에서 생각했고, 그 생각이 그의 생에 마지막 생각이 되고 말았다.

"툭!"

순간 낡은 새끼줄이 끊어지며 온몸이 묶여있던 남자의 몸은 깊은 수면 아래로 잠기기 시작했고 다시는 올라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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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으로 사람을 죽이다.

 

이두진이 탄 배의 사공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 하여 화를 내며 시작한 장난이었다.

 

결국 사공을 묶었던 새끼줄이 끊어지며 사람을 죽이고 말았고 이는 결국 임금에게까지 보고 되었다.

 

승정원에서는 그에게 장난으로 사람을 죽였으니 살인의 죄를 물어 사형에 처할 것을 요청하지만 숙종은 그에게 철산군(지금의 평안북도 서부에 위치)으로 귀향을 보내기로 한다.

 

 

형벌이 무겁다 VS 너무 가볍다

 

하지만 이는 2년을 넘게 논쟁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는 사형을 내려달라는 이들의 상소가 아닌 다른 쪽의 대한 논쟁이었다.

그들의 논리는 이러했다.

 

이두진이 살인을 한 그 죄는 무거우나 이는 단순 실수로 인해 사람이 죽은 것이지, 이두진이 죽이고 싶어 죽인 것은 아닌데,

실수로 저지른 일치고는 귀향이라는 형벌은 그 형벌이 너무 무겁다는 것이었다.

 

이두진(李斗鎭)이 살인(殺人) 한 것이 본디 죽이려는 뜻은 없었지만, 불행하게도 물에 떨어져서 죽게 되었는데, 이를 상명(償命)으로 단정하면 어찌 측은하지 않겠습니까?

 

우의정 남구만의 상소문 중 일부이다.

임금은 이런 신하들의 상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데, 이는 갈수록 사대부들의 폐단이 심해지며 장난으로 사람의 목숨까지 취하는 행태를 보여도 사대부라는 이유로 편을 들고 감형을 논하는 신하들에 대한 실망감이 같이 묻어나는 것은 아닐까?

이는 숙종이 남구만의 상소에 한 답만 봐도 알 수 있다.

「세상이 갈수록 잘못되어 풍속이 어지러워져서 사대부(士大夫)가 세력을 빙자하여 함부로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폐단이 종종 있으니, 정상(情狀)이 몹시 악하다. 십 배(十倍)의 모든 사람 가운데 어찌 오로지 이두진의 옥사(獄事)만 법을 굽혀 너그럽게 용서하겠는가?」

 


 

위력과 힘을 믿고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치는 일들은 지금도 뉴스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그들의 위력도 어쩌면 누군가의 위력 앞에 한없이 작은 것은 아닐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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