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기담

아는척할정도의 얕고 넓은 한국역사지식

조선잔혹범죄사

너와 간통한 남자를 죽이려 한다.

기묘담녀 2025. 1. 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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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하려는가." 하니, 대답하기를,
"너의 간부(奸夫)를 죽이려 한다."

 

세종실록에 기록된 내용 중 세종 6년 3월에 하루,
한 이야기가 임금에게 보고 된다.

 

경상도의 성주에 기거하는 도자해의 여종이었던 녹장은 어느 날 늦게까지 주인어른과 함께 잔업을 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녀의 집에 누군가가 쪼그려 앉아 무언가에 열중이었다.

 

"옴마야?!"

 

녹장은 오밤중에 검은 인영을 보고는 깜짝 놀라 소리쳤지만 검은 인영은 여전히 하던 일에 열중할 뿐,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릴 생각도 하지 않았고 그제야 그가 자신의 남편인 양원길임을 알아차렸다.

 

"아, 아니 오밤중에 뭘 하는 게요?"
"..."

 

녹장은 자신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는 남편의 뒤통수를 보며 구시렁거렸고, 고개를 빼꼼 내밀어 그가 열중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자 그만 놀라 나자빠지고 말았다.

그녀의 남편 양원길은 칼을 갈고 있었는데 그가 갈고 있는 칼은 이미 날이 바짝 서 달빛이 비치자 왠지 더욱 서늘하게 보였다.

 

"아, 아니 칼을 왜.. 갈고 있는 거예요?"

 

그녀의 물음에 지금껏 묵묵히 칼을 갈던 양원길의 손이 뚝 하고 멈췄다.

 

"너랑 놀아난 놈을 죽이려고 한다."

그의 말에 녹장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어떻게 알아차린 걸까?

사실 녹장과 그녀의 주인인 도자해와는 오래전부터 불륜사이였다.

그녀는 자신의 등줄기로 흐르는 식은땀이 느껴질 만큼 긴장하고 있었다.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녹장은 일단 발뺌하기로 했다. 왠지 그가 갈던 칼날이 조금전보다 더욱 서늘하게 자신을 향하고 있는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녀의 불안과는 달리 칼을 갈던 양원길은 들고 있던 칼을 늘어뜨리며 한숨을 쉬었다.

"내, 비록 죽인다고 했지만... 그게 쉬운 일도 아니고..에휴.."

양원길은 칼을 갈고 있던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정말 어여쁜 아내를 맞이한 것을 정말 기쁘게 생각했다. 자신에게 녹장과 혼인하도록 한 주인 도자해에게까지 감사까지 했었다.
하지만 그건, 모두 어쩌면 자신의 크나큰 착각 중에 하나였던 것이다.

그의 긴 한숨소리가 어두운 밤공기를 가르며 흩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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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드라마는 재미있다.

 

 

드라마도 막장드라마가 재미있듯이 마치 막장과 같은 내용이 세종에게 꽤 재미있던 이야기였던 모양이다.

세종실록에 관련하여 꽤 많은 내용이 꽤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데,

 

이 이야기의 마지막은 결국 아내와 주인의 불륜을 참지 못한 녹장의 남편 양원길이 자신의 주인이었던 도자해를 죽이고 도망가지만 얼마못가 잡혔 곤장을 맞다 죽고만다.

 

물론 바람을 피웠던 그의 아내 녹장은 그로인해 죄가 알려져 곤장 백대에 형벌을 받는다.

 

어쩌면 주인 도자해는 자신의 불륜상대였던 녹장과의 관계가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해 양원길에게 시집을 보냈던건 아닐까?

 

조선시대엔 주인이 자신의 집 여종과 바람이 나는 경우는 꽤 많이 있었던 듯한데, 그런 사실을 알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분노의 칼만 갈아대었던 녹장의 남편은 매일 칼을 갈아대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결국 주인을 죽이고 자신도 죽게 되었지만 과연 그의 마음은 편안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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