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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겉핥기

기생(妓生)과 유녀(遊女)

기묘담녀 2025. 6. 24.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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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소감(少監) 최선(崔宣)·전 정언(正言) 최굉(崔宏)·전 정랑(正郞) 이반(李蟠) 등은
밤에 유녀(遊女)를 모으고 풍악을 울리며 마음대로 마시어 금령을 범하고, 또 술주정으로 인하여 남의 집에 난입(攔入) 하여 가산(家産)을 깨뜨려 버리고, 또 선(宣)과 굉(宏)은 조모가 빈소(殯所)에 있는 때를 당하여 거칠고 음란하기가 이와 같으니, 원컨대 유사(攸司)에 내려 율에 의하여 과죄(科罪)하소서."

 

천민이었던 기생

 
기생(妓生)은 관기, 민기, 약방기생(원래는 의녀), 상방기생 등 예기를 부르는 총칭으로 본디, 여성의 직업을 뜻하는 말로 쓰이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차 잔치에서 악기와 춤, 노래등으로 흥을 돋구는 일을 업으로 삼는 이들을 일컷는 말이 되었다.
 
천민이었던 기생에게도 등급이 존재했는데, 제일 높은 일패기생은 매춘은 거의 하지 않았고, 오직 임금과 왕족의 잔치에 불려 춤과 노래를 불렀기에 때에따라 유부녀도 존재했다고 하며, 한단계 낮은 이패기생의 경우 양반을 상대하며 음지의 경우, 가끔 매춘을 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마지막 삼패기생은 일반백성을 상대하는 기생으로 춤과 노래뿐 아니라 매춘을 주된 업으로 삼아야만 했다.
 
이는, 일패부터 삼패까지 각각 할 수 있는 노래와 춤에 대해 제한을 두고 있었기에 이패기생이 일패기생의 노래를 할 수 없었으며, 삼패기생은 일패와 이패기생의 노래와 춤을 할 수 없었기에 부득이하게 매춘을 겸하게 된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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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방오불, 기방에서 하지 말아야 할 다섯 가지

 
1. 기생의 약속을 믿지 말 것(월악붕(月岳崩) 맹세 말라.)
기생은 돈을 받고 유흥을 제공하는 것이니, 그녀들의 말을 너무 쉽게 믿지 말아야했다.

2. 문자를 읊고 자랑하지 말 것
기생(특히 일패기생)의 경우, 기본적으로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는 등의 예술적인 교육을 받기에 어설픈 자랑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3. 기생에게 꽃을 가져가지 말라.
기생을 다른 말로 해어화, 말하는 꽃이라고 불렸는데 이들에게 꽃을 선물하는 것은 오히려 그녀들을 조롱하는 것으로 비출 수 있었다.

4. 처첩을 자랑 말라.
기생은 특성상 정상적인 혼인 생활을 할 수 없는 몸이다. 그런 기생에게 자신의 아내를 자랑하는 것은 심각한 모욕일 수 밖에 없다

5. 효자, 효부 났다는 정문(貞門) 얘기를 하지 말라.
위의 4번과 마찬가지로, 기생은 온갖남성들을 상대하는 일이었기에 조강지처나 열녀를 자랑하는 것은 듣고있는 기생의 입장에선 수치스러운 일이나 분편한 말일 뿐이었다.
 

구한말 교육중인 기생들, 사진만봐도 어리다.

 

체계적인 교육이 있었다.

 
기생은 천민이었지만, 누구나 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기생을 교육하는 곳을 교방(敎坊)이라고 했는데, 그에 대한 기록은 고려시대에서도 존재가 확인되었다.
 
조선 전기의 서울 기생들은 나흘에 한 번 관습도감에 나가 악기와 춤을 배웠으며, 이 관습도감에서는 가곡과 당비파, 현금, 거문고, 가야금, 장구, 아쟁, 향비파, 해금, 대금, 소금, 필률 등 다양한 기악을 익혔다고 하며, 기생이 되는 일은 어지간한 사대부들이 관직에 오르는 것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무지막지한 난이도였다. 당장 갈고닦는 것만 해도 온갖 춤과 노래, 급에 따라 판소리나 잡가, 민요, 온갖 기악, 화술, 용모, 각종 재주뿐 아니라 선비들과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선 선비들이 공부하는 것들을 똑같이 공부해야만 했다.
 

유녀와의 구분이 사라지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공창제도를 손보며 유녀와 기생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물론 체계적인 교육은 여전히 그대로 였지만, 명칭의 통일, 일본식 공창제도의 도입 등으로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며 오늘날 기생을 매춘을 업으로 삼는 단순 창기와 같은 취급을 받게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도 나라의 독립에 대한 열망은 같았는데 평양 기생들과 진주 기생들은 아예 기생들의 만세시위를 주창하며 독립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평양 기생과 진주기생들은

"우리는 일본의 창녀가 아니다! 조선 기생들은 나라를 사랑한다!"
"임진왜란을 기억하라! 왜병들에게 돌을 던져라!"

 
라며 가두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황진이, 운심, 홍랑 등의 기생들은 고려가요가 전승되는데에 큰 역할도 하였으며, 논개와 같이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때에도 나라를 위했던 이들은 천민이었던 기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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