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이 상원일(上元日) 에 민간의 답교(踏橋) 로써 의금부에 명하여 밤에 통행금지를 해제하게 하였으니, 백성들과 태평을 같이 즐기는 뜻을 보인 것이다.
영조 46년, 임금이었던 영조는 상원일에는 특별히 통행금지를 해제하라 명하는데 여기서 상원일은 정월 보름을 뜻하는 말이며 임금이 통행금지를 해제한 이유는 바로 민간에서 행해지는 답교놀이 때문이었다.
성대한 축제, 상원(上元)
정월대보름은 새해의 첫날부터 처음 보름달이 뜨는 15일까지 이어졌다고 하며, 이 기간 동안은 빚독촉도 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성대하게 치러진 것으로 보아 어쩌면 새해보다 더 큰 명절은 아니었을까 추측되기도 합니다.
답교놀이는 바로 그 정월 보름에 행해지는 행사 중에 하나로 다리를 건너갔다 오는 것으로 다리를 건너며 같은 말인 두 다리가 1년 동안 건강하고 무병하게 지나길 바라며 행해졌다고 합니다. 별거 아닌 행사처럼 보이지만 실제 이 답교놀이를 위해 초저녁부터 붐비기 시작했다고 하니 영조가 통행금지를 해제할 만한 행사임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이렇게 대보름에는 다양한 행사들과 놀이를 했는데, 대부분이 풍년을 기원하거나 액운을 쫓는 행사들이었는데 그중에 몇 가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정월 보름의 풍속들
달집태우기
한해 풍년을 기원하며 추수가 끝난 논에서 짚과 나뭇가지를 모아 불태우며 소원을 비는 행사로, 달집이 거대하게 탈수록 풍년이 온다고 하였다.
더위팔기
더위팔기는 보름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친구의 집에 가 친구의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친구가 만약 자신의 부름에 대답하면, "내 더위 사 가라!"라고 외치며 더위를 파는데, 만약 친구가 눈치채고 대답 대신 "내 더위 사가라!"라고 하면 그 더위팔기는 실패와 함께 친구의 더위까지 자신에게 온다고 한다.
석전
석전은 말 그대로 돌석(石), 싸울 전(戰)이라는 말로 돌을 던져 싸우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방식은 겨울에 하는 눈싸움과 비슷한데 손에는 눈 대신에 주먹만 한 돌들이 들려있었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일 것이다. 싸움에 승패는 누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쓰러뜨리 내로 가려지는데 주로 마을끼리 편을 나누어 겨루었으며, 다치는 것을 넘어 죽는 사람도 생겼다고 하니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잔인한 게임이었다고 할 수 있다.
복토훔치기
말 그대로 남의 집 앞 흙을 훔쳐 자신의 집 부뚜막에 바르는 것으로 주로 부잣집이나 번화가의 흙을 훔쳤다고 한다. 이는 한 해 동안 하는 일이 모두 잘 되기를 바라는 뜻이 있었으며 서울에서는 주로 도성이 있는 종로 쪽의 흙이 많이 없어져 도로를 정비하는 이들이 고생했다고 하며, 부잣집에서는 그날 삼엄한 경비를 서기도 했다고 한다.(여담으로 손으로 파 가져가는 건 양반이었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삽이나 곡괭이를 이용했다고 하니..)
그밖에 묵은 나물 먹기, 쥐불놀이, 액막이연 날리기 등 다양한 놀이와 음식을 즐겼다.
한국의 할로윈, 정월대보름
또한 대보름은 일 년 중 음기가 제일 강한 날이라 하여, 귀신들의 힘이 제일 강하다고 믿었다.
그렇다 보니 액운이나 귀신을 쫓기 위한 음식들을 먹었는데 부럼은 소리로 귀신을 쫓았으며, 귀신이 싫어하는 팥죽을 먹으며 귀신을 쫓았다고 합니다.
특히 보름 다음날(16일)은 귀신날이라 하여, 되도록이면 집에서 나오지 않고 가족과 함께 보냈다. 특히 음기가 강하므로 여성들이 외출을 하면 집안에 우환이 든다고 할 정도였으니 귀신 복장을 하고 귀신을 속이는 서구의 할로윈과는 다른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설이나 추석과는 달리 정월대보름은 따로 휴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아 정월대보름은 어쩌면 한 해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사람들의 믿음이 지금껏 함께 이어져 온 것은 아닐까?
대보름에 나잇수만큼 부럼을 깨며 팥죽 한 그릇, 어떠할까?
'설화(說話), 한국의 신비한 이야기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몽달몽달.. 처녀귀신, 총각귀신 (0) | 2025.02.01 |
---|---|
달래고개(강) 이야기 (0) | 2025.01.31 |
정월대보름(1), 까마귀에게 감사하다. (0) | 2025.01.23 |
한밤중 숫자 세는 소리, 야광귀 (0) | 2025.01.17 |
처용이 올라온곳, 처용암 (0) | 2025.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