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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잔혹범죄사

종들의 반란인가? 며느리의 패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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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자식으로서 이러한 이치가 없으리라고 믿는다.
모름지기 허심(虛心)으로 국문하라.


임금의 앞에 선 권희달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얼핏 보면 피눈물이 흐르는 것만 같았다.


"분명 저 여자가 모든 걸 기획했는데도 석방하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권희달이 이토록 흥분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자신의 하나뿐은 누이가 누이가 대리고 다니던 종들에게 맞아 죽었다. 

권희달은 이것은 분명 누이의 며느리가 시킨 일이라 믿었기 때문이었는데, 오히려 형조에서는 그녀를 석방하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임금은 권희달의 말이 끝나자 무거웠던 눈꺼풀을 비비며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할 일이 많이 피곤한데 이 권희달이라는 자는 도무지 고집을 꺾으려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천하에 어찌 아들로서 어미를 죽이고, 며느리 된 자가 시어머니를 죽이겠는가? 그리고 두 계집종들도 주인들이 지시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왜 그리 계속 고집을 피우는가?"
"하, 하지만.."

결국 임금이었던 태종의 화가 폭발해 버리고 말았다.

 

두 계집종에게 맞아 죽은 권 씨

 

태종 16년 4월에 있었던 일이다.

권 씨는 졸(卒)한 참판승추부사(參判承樞府事) 최운해의 계실이었다가 다시 영흥군 왕환에게 시집갔는데 아들이었던 최윤복이 숙직으로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을 틈타 자신의 계집종에게 맞아 머리가 터진 채 침실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만다.

사건은 현장에 있던 두 계집종에 의해 쉽게 해결되는 듯했지만 그의 동생이었던 권희달이 이의를 제기하며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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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송 씨의 개입 여부에 대한 논쟁

 

바로 며느리였던 송 씨의 개입 여부가 중요하게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죽은 권 씨는 평소 행실이 괴팍하고 포악하여 종과 며느리를 대함에 있어 포악하기로 유명했는데 동생인 권희달이라고 안 그랬을까? 

 

권희달은 누이의 며느리를 의심하는 것을 넘어 권 씨의 아들까지 가담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는데, 결국 아들과 며느리 송 씨까지 옥에 갇히게 되는 결과로 나타나고 만다.

하지만 권희달에게 제일 큰 문제는 단지 같은 집에 산다는 이유로 두 계집종과 모의를 했다고 믿은 것이었다.

물증 따위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풀려난 며느리 송 씨

 

결국 임금은 사건을 의금부로 옮기도록 하고, 평소 거친 언사와 행동이 마음에 안 들었던 두 계집종의 자백으로 사건을 종결되고 또한 며느리 송 씨 또한 무죄로 풀려나게 된다.

대신 이의를 제기했던 권희달은 무고의 죄를 물어 옥에 갇히게 되는데 기록에

「권희달이 판서 안등이 공정하지 못하게 옥(獄)을 다스린다고 드러내 놓고 말한 죄를 국문하게 하였다.」

 

라고 기술되어 있는 것으로 봐선 아마 지금으로 따지면 법관을 모독한 괘씸죄가 판결에 영향을 끼친 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다만, 형조에서 말한 내용 중 "송 씨가 벽(壁)을 사이하여 누워 있으면서도 금하지 아니하였으니.."라는 말이 있다.

벽을 사이에 둔 방에서 시어머니의 성격상 고부갈등을 겪었을 며느리는 과연 자신의 시어머니가 몽둥이가 맞아 죽고 있던 소리를 못 들었던 건,  정말 사실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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