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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기담

괴이한 물고기를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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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리가 소[牛]가 우는 것 같았다. 비늘이 없고, 색깔이 까맣고,
입은 눈[目] 가에 있고, 코는 목[項] 위에 있었다.

 

태종 5년 11월, 실록에는 짧지만 괴이한 물고기가 잡혔다는 기록이 있다.


기록된 괴이함.
"큰 고기 여섯 마리가 바다에서 조수(潮水)를 타고 양천포(陽川浦)로 들어왔다. 포(浦) 옆의 백성들이 잡으니, 그 소리가 소[牛]가 우는 것 같았다. 비늘이 없고, 색깔이 까맣고, 입은 눈[目] 가에 있고, 코는 목[項] 위에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크기는 컸으며, 심지어 한 마리가 아닌 여섯 마리나 되는 물고기가 나타났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양천포는 현재의 양천구 쪽에 위치해 도성과 가까운 서해로 나가는 포구 중 하나였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비늘이 없는 매끈하고 까만 몸에 입은 눈가에 있고 코가 목 위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상상만으로는 굉장히 징그러운 모습으로 상상되는데, 백성들은 이들 물고기를 잡아 현령에게 바치니 현령도 꺼림칙했던 건지 그 물고기들을 모두 갑사(지역을 지키는 병사)에게 주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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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한 물고기의 정체

 

지금 생각해봐도 기록된 물고기의 모습에 떠오르는 건 외계인이 나오는 "맨 인 블랙" 시리즈 중 식당에 있던 외계 생명체가 떠오를 정도이지만 실제 이런 모습의 물고기는 의외로 우리가 흔히 보는 모습 중에 하나이자, 친근한 모습이랍니다.

 

상괭이(출처:위키백과, 국립생물자원관)

 

위의 사진은 상괭이, 또는 쇠물돼지라고 불리는 돌고래과의 생물로 주로 우리나라 서해에 사는 생물입니다.

눈가에 있는 입, 그리고 목 위에 있는 코는 상괭이나 돌고래, 또는 커다란 고래들에게까지 나타나는 신체적 특징 중 하나로, 비늘이 없는 매끈한 몸매에 검은색의 색상까지 기록과 동일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기록에 괴이하다고 기록되어 있고, 글로만 그의 모습이 설명되어 이따 보니 요즘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생물도 괴이하게 상상하게 된 것은 아닐까요?

만약 자동차나 비행기를 조선시대 사람들이 보고 기록해 두었다면 과연 우리는 그것의 무엇인지 맞출 수 있었을까요?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합리적인 추론에 의한 추측일 뿐, 실제 태종 때에 잡힌 괴이한 물고기의 정체는 알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평생 어부일만 해온 양천포의 백성들이 과연 고래와 기이한 생물체를 구분하지 못했을까요?

혹시 그들은 지금 우리도 알지 못하는 무언가 괴상한 생명체를 실제로 목격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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