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리가 소[牛]가 우는 것 같았다. 비늘이 없고, 색깔이 까맣고,
입은 눈[目] 가에 있고, 코는 목[項] 위에 있었다.
태종 5년 11월, 실록에는 짧지만 괴이한 물고기가 잡혔다는 기록이 있다.
기록된 괴이함.
"큰 고기 여섯 마리가 바다에서 조수(潮水)를 타고 양천포(陽川浦)로 들어왔다. 포(浦) 옆의 백성들이 잡으니, 그 소리가 소[牛]가 우는 것 같았다. 비늘이 없고, 색깔이 까맣고, 입은 눈[目] 가에 있고, 코는 목[項] 위에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크기는 컸으며, 심지어 한 마리가 아닌 여섯 마리나 되는 물고기가 나타났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양천포는 현재의 양천구 쪽에 위치해 도성과 가까운 서해로 나가는 포구 중 하나였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비늘이 없는 매끈하고 까만 몸에 입은 눈가에 있고 코가 목 위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상상만으로는 굉장히 징그러운 모습으로 상상되는데, 백성들은 이들 물고기를 잡아 현령에게 바치니 현령도 꺼림칙했던 건지 그 물고기들을 모두 갑사(지역을 지키는 병사)에게 주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괴이한 물고기의 정체
지금 생각해봐도 기록된 물고기의 모습에 떠오르는 건 외계인이 나오는 "맨 인 블랙" 시리즈 중 식당에 있던 외계 생명체가 떠오를 정도이지만 실제 이런 모습의 물고기는 의외로 우리가 흔히 보는 모습 중에 하나이자, 친근한 모습이랍니다.


위의 사진은 상괭이, 또는 쇠물돼지라고 불리는 돌고래과의 생물로 주로 우리나라 서해에 사는 생물입니다.
눈가에 있는 입, 그리고 목 위에 있는 코는 상괭이나 돌고래, 또는 커다란 고래들에게까지 나타나는 신체적 특징 중 하나로, 비늘이 없는 매끈한 몸매에 검은색의 색상까지 기록과 동일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기록에 괴이하다고 기록되어 있고, 글로만 그의 모습이 설명되어 이따 보니 요즘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생물도 괴이하게 상상하게 된 것은 아닐까요?
만약 자동차나 비행기를 조선시대 사람들이 보고 기록해 두었다면 과연 우리는 그것의 무엇인지 맞출 수 있었을까요?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합리적인 추론에 의한 추측일 뿐, 실제 태종 때에 잡힌 괴이한 물고기의 정체는 알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평생 어부일만 해온 양천포의 백성들이 과연 고래와 기이한 생물체를 구분하지 못했을까요?
혹시 그들은 지금 우리도 알지 못하는 무언가 괴상한 생명체를 실제로 목격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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