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지않는 시체
강원도 영월 수곡리에 해괴한 일이 벌어졌는데..
정조때에 일이다. 강원도 영월에서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며 영월군수로 부터 상소가 올라온다.
마을 처녀가 목을 매달아 자살하다.
마을의 처녀가 간밤에 목을 매 자살한채 발견되었다.
그녀는 그날 혼례를 올리기로 되어 있었고, 마을 주민들은 그녀가 원치않는 혼례를 비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그것은 그녀에겐 죽음보다 비참한 일이었으리라, 결론을 내린 주민들이 그녀를 욕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제대로된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채 마을 뒷산에 아무렇게나 묻히고 말았다.
그녀가 죽은지 몇개월 후, 마을에 이상한 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을을 지나던 행인들이 갑자기 무언가에 놀라 그자리에 쓰러져 죽는가 하면, 마을 주민들이 하나 둘,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어느새 마을의 두집건너 하나는 누군가 아파 누워있거나 초상을 치뤄야만 했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었던지 어느날 아침, 마을의 모든 가축들이 알수없는 이유로 죽어버리는 일이 발생했고, 전날까지만해도 말짱했던 담벼락이 다음날엔 피칠갑이 되어있기도 했으며, 근처 우물가에는 피로 만들어진듯한 붉은색의 발자국들이 여기저기서 발견되기도 하였는데. 그런날은 어김없이 어떤 여인의 곡소리를 들었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정약용이 조사를 위해 파견되다.
마을사람들은 마을에서 벌어진 기묘한 변고로 인해 무당을 불러 굿을 벌였지만, 오히려 무당이 겁에질려 혼절하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보다 못한 영월군수가 조정에 상소를 올리게 된 것이였다.
정조의 명을 받아 파견을 나온 정약용은 마을을 탐문하기 시작했다.
마을에서 벌어진 일들은 절대 그 규모로 보았을때, 한두사람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 들이었고, 그로인해 이익을 본 자도 존재하지 않았기에 더욱 이상하였다.
어느날 우연히 조사를 하던 정약용의 귀에 자살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무언가 왠지모를 수상함을 느낀 정약용은 처녀의 부모의 합의하에 그 처녀의 무덤을 파해치기에 이른다.
그렇게 처녀의 무덤을 연 순간, 정약용을 포함한 마을사람 모두가 놀랄 수 밖엔 없었다.
이미 몇개월이 지난 그녀의 시체가 전혀 썩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어제 죽은 사람같은 그녀의 모습에 모두가 공포에 떨 수 밖엔 없었고, 그녀를 검시한 결과는 더욱 충격이었는데 그녀는 자살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한 타살이었던 것이었다.
사건의 범인은 그녀의 약혼자였다.
그녀의 약혼자는 이미 한양에 기생에게 마음을 빼앗겨 있었으며, 그걸 안 그녀가 해어져 달라 하자 그는 그녀를 죽이고 자살로 위장한 것이였다.
사건은 결국 밝혀졌고, 마을에서 일어난 이상한 일들은 그저 귀신에 대한 두려움에 우연들이 겹친일들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사실은 죽은지 한참이나 된 그녀의 시신은 왜 썩지 않았던 걸까?
이 이야기는 정약용이 서술한 흠흠신서에 기록된 이야기다.
하지만 정확한 사료는 찾을 수 없고, 또한 실학자인 정약용이 과연 이런 해괴한 일을 그냥 찝찝함만을 남긴채 끝냈다고 하기도 어렵지 않았을까?
괴담은 괴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