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삼(欄衫)을 입은 여인의 흐느낌
흐리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이였다.
홍난삼녀(紅欄衫女), 김안로가 쓴 [용천담적기]에는 성현이라는 인물의 경험담을 적어두었는데, 그 중 비오는날 보았던 귀신이야기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밤이였다.
간밤에 물을 너무 많이 먹었던 걸까? 성현은 소변이 마려워져 자다가 그만 눈을 뜨고 만다. 밖을보니 아직 해는 뜨려면 멀었던지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이었기에 그는 아이 종을 시켜 촛불을 켜 등을 들게 하고 변소로 향했다.
비가 오던 깜깜한 밤, 변소까지 가는 길은 얼마나 멀게만 느껴졌을까?
그때였다. 변소 한쪽 대나무숲속안에 한 여자가 붉은색 난삼을 입고 머리를 풀어해친채 앉아 있는것이 아닌가?
한밤중에 여인으로 보이는 이가, 심지어 이렇다할 비를 피하는 행동없이 거기다 진사나 생원들이나 입는 난삼을 입고 앉아있는것을 이상하게 본 성현은 호기심이 동하여 그 여인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 여인은 갑자기 일어나 대나무 숲 뒤 담을 훌쩍 뛰어넘어 도망하였다고 한다.
결국 간밤에 잠을 설친 성현은 고을사람들이 그 대나무 숲을 도깨비 숲이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그곳에 설치된 제단들을 모두 철거해버리고 귀신이 살고 있다고 알려진 우물을 매워버렸다고 한다.
그러자 기이한 일이 벌어졌는데 매일 밤마다 매워버린 우물옆에서 마치 소가 우는것같은 울음 소리가 사흘동안이나 계속 되는것이었다.
그 붉은난삼을 입은 여인의 귀신은 무슨이유로 그곳에 있었을까? 성현이 우물이 매우는 바람에 이제 그 이유는 영영 알수 없게 되어 버렸다.
붉은 옷을 입은 귀신은 비단 조선뿐 아니라 전 세계의 기담에서 나온다.
일본에 "화장실의 하나코상"이나 "빨간마스크" 대만의 카메라에까지 찍힌 "붉은옷을 입은 소녀 마신자" 괴담 등이 모두 붉은색옷을 입고 있는데 이는 아마 붉은색이 피를 의미하기도 하기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