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조선이 망하고, 정씨가 나라를 이끈다. 정감록(鄭鑑錄)
이율이 말하기를, ‘이상한 사람의 말을 들으니, 내년 이후에는 도적들이 사방에서 일어날 것인데, 북쪽의 도적들이 먼저 나오고, 그 뒤에는 나라가 장차 셋으로 갈라진다고 하니, 나는 장차 가족을 데리고 일찌감치 난리를 피하려고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신이 말하기를, ‘이상한 사람의 성명은 무엇인가?’라고 하니, 이율이 말하기를, ‘그것을 알 필요가 없다.’라고 하였는데, 이번에 신이 하동(河東)에 간 뒤에 비로소 유가(劉哥), 정가(鄭哥), 김가(金哥)의 성을 가진 세 사람이라는 것을 들었습니다.
정조가 직접 숙장문에서 김이용과 이율·양형을 친국하다
정조 9년 2월 29일, 숙장문에 나온 정조는 모반사건을 일으킨 김이용과 이율, 양형을 직접 친국하며 나온 증언이다.
조선왕조(木子,李)가 망하고 계룡산에 정씨가(奠邑,鄭)(정도령이라는 진인) 새로운 나라를 세운다
정감록이 말하는 핵심 이야기로, 정감록은 조선의 조상이라는 이심(李沁)과 조선 멸망 후 일어설 정씨(鄭氏)의 조상이라는 정감(鄭鑑)이 금강산(또는 가야산)에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구성된 이른바 예언서와 같았는데,
임진왜란 이후로 흉흉한 민심을 등에 업고 유행처럼 번지더니, 그 이야기는 변형되고, 종교처럼 변해 양반가까지 침투하여 이렇게 모반에까지 이르게 된것이었다.
신비한 이야기를 믿다.
친국장에선 조선시대 문신, 홍난순의 아들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의 아들이 공주에 있을때 이상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가 이르길 그에게 공주에서 간성으로, 또 간성에선 하동으로 이동하라 지시했다고 한다.
그가 뱃길로 이동할 때 다른 배들은 풍랑을 만나 파손되었는데 오직 그의 배만은 멀쩡했다고 하며, 그것은 길에서 만난 그 이상한 사람이 물귀신에게 부탁했기 때문이라 하였다고 한다.
그 이상한 사람의 이름은 이현성(李玄晟)인데, 나이가 2백 50살이고, 천제의 배필이며 학을 타고 다닌다고 하였다고 한다.
어떤가? 믿을 수 있는 말인가?
하지만 이들은 그 말을 믿고, 그대로 행하여 군사를 일으키고, 모반을 하려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이날 김이용의 고변으로 모두 참형을 당하여 그들이 꿈꾸던 이상향 건설에 실패하고 만다.
정감록, 예언서인가?
정감록은 그 내용때문에(정씨가 나라를 세운다) 세간에는 정도전이 지었다는 말이 있기도 하고, 정여립이나 정몽주의 후손이 썼다는 말이 있지만 단지 카더라일뿐, 알려진 저자는 없다.
정감록이 역사서에 처음 등장하는 건 영조15년, 승정원일기에는 영조의 말이 남아있다.
"정감록은 도적들이 믿는 책이니 매우 교활하고 사악하다."
정감록은 정본이 없다고 할정도로 복사본이 많다. 위 사례처럼 유씨, 정씨, 김씨가 나라를 세운다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단순히 이씨조선이 망하고, 정씨성을 가진 정도령이 새로운 나라를 새운다는 내용만 있는 것들도 있다.
그렇기에 다양한 형식으로 조선말기의 난을 일으키는데 소재로 쓰이곤 했는데, 그 중 홍경래의 난은 정감록을 바탕으로 일으킨 첫번째 난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외에도 동학 등 신흥종교에 교리로 정감록의 내용이 꽤 많이 쓰이기도 했다.
정감록은 계룡산을 새로운 도읍으로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데, 계룡산은 지금의 대전, 공주, 세종과 가까운 곳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을 구상했던 곳도, 현재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들어선 곳도 세종인것은,
과연, 우연일까?